[제21회 심층 칼럼] 물질의 연금술: AI 역설계(Inverse Design)가 주도하는 신소재 발견의 패러다임 시프트
과거의 소재 공학은 수만 번의 실험과 우연한 발견에 의존하는 '에디슨식 시행착오'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인공지능은 원자 단위의 조합을 예측하고 우리가 원하는 물리적 특성을 가진 물질을 먼저 설계하는 '역설계(Inverse Design)'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고효율 태양광 패널, 그리고 초전도체 후보 물질을 찾는 속도를 비약적으로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1. 발견에서 설계로: 역설계(Inverse Design)의 수학적 구조
전통적인 방식이 "물질 A가 어떤 특성을 가질까?"를 묻는 것이라면, 역설계는 "에너지 밀도가 X이고 안정성이 Y인 물질을 만들려면 원자를 어떻게 배열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2. 결정 구조의 언어: 그래프 신경망(GNN)과 GNoME
소재의 특성은 원자의 종류뿐만 아니라 그들이 맺고 있는 '기하학적 관계'에 결정됩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최적화된 것이 그래프 신경망(GNN)입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GNoME 모델은 결정 구조를 노드(원자)와 엣지(결합)로 이루어진 그래프로 인식하여 학습합니다.
- 구조적 안정성 예측: 수백만 개의 가상 결정 구조 중 물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후보군을 필터링합니다.
- 물성 예측: 전도성, 투명도, 강도 등 특정 산업적 요구에 부합하는 후보를 0.1% 단위의 정확도로 선별해 냅니다.
3. 'A-Lab'과 자율 주행 연구실(Autonomous Lab)
AI가 설계한 이론적 소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검증하는 과정도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2026년의 선도적인 연구소들은 AI 에이전트가 로봇 팔을 제어하여 화합물을 배합하고, X선 회절(XRD) 분석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다시 AI 모델에 피드백하는 '자율 주행 연구실(Self-driving Lab)' 시스템을 운용합니다.
인간 연구자가 잠든 사이에도 AI는 수백 개의 샘플을 합성하고 테스트하며, 실패한 실험 데이터까지 학습하여 다음 설계의 정확도를 높입니다.
4. 산업적 임팩트: 배터리 혁명과 친환경 에너지
이러한 AI 기반 소재 혁명은 특히 에너지 산업에서 파괴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 전고체 배터리: 화재 위험이 없고 용량이 큰 고체 전해질 후보 물질을 AI가 단 몇 주 만에 찾아내어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습니다.
- 탄소 포집 소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다공성 물질(MOF)을 맞춤 설계하여 기후 위기 대응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결론: 원자를 코딩하는 시대
이제 소재 공학은 실험실의 유리병이 아닌 GPU 아키텍처 위에서 시작됩니다. 지능이 물질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류는 자원의 한계를 기술로 돌파하는 '제2의 연금술'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