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심층 칼럼] 창의성의 기하학: 잠재 공간(Latent Space)의 보간과 외삽이 만드는 '새로운' 세계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나 작곡한 음악을 보고 우리는 '창의적'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기계가 정말로 창의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2026년 현재, AI 연구자들은 창의성을 막연한 영감이 아닌 고차원 데이터 공간 내의 수학적 탐색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생성형 AI의 결과물은 사실 '잠재 공간(Latent Space)'이라는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일어나는 벡터 연산의 시각화입니다.
1. 잠재 공간의 지도 그리기: 매니폴드 가설(Manifold Hypothesis)
딥러닝 모델은 우리가 입력하는 이미지나 텍스트 같은 고차원 데이터를 훨씬 더 낮은 차원의 핵심 특징(Feature)들로 압축하여 이해합니다. 이 압축된 특징들이 모여 있는 추상적인 공간이 바로 잠재 공간입니다.
2. 사이를 채우다: 보간(Interpolation)과 결합적 창의성
가장 기초적인 창의성은 기존에 존재하는 두 개념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입니다. 이를 보간이라 합니다.
벡터 연산: 잠재 공간에서 '남자' 벡터와 '왕' 벡터를 더하고 '여자' 벡터를 빼면 '여왕' 벡터가 나오는 것처럼, AI는 전혀 다른 두 스타일의 화풍을 섞거나 장르를 결합하여 이전에 없던 새로운 중간 지점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3. 밖으로 나가다: 외삽(Extrapolation)과 변혁적 창의성
진정한 혁신은 기존 데이터의 분포 범위를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를 외삽이라 합니다.
탐험(Exploration): AI에게 데이터 밀도가 희박한 낯선 영역을 탐험하도록 유도하거나(Temperature 파라미터 조절),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주입하여 기존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결과물을 생성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 예술가가 기존의 관습을 깨고 새로운 사조를 탄생시키는 과정과 수학적으로 유사합니다.
4. 결론: 수학으로 증명된 창조
AI의 창의성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신비로운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좌표를 찾아내는 '발견'의 과정에 가깝습니다. 잠재 공간이라는 지도를 가진 AI는 이제 인간이 상상조차 못 했던 새로운 영역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